최근 들어 주민 참여를 통한 사업 추진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는 지방분권화 및 시민의식 성숙 등이 주민참여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자연 환경 분야는 각종 개발 사업의 의해 훼손되기 쉽기 때문에 자연환경에 대한 보전, 창출 및 관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많은 인력과 시간, 예산 등 인적, 사회적 토대가 마련되어야 하므로, 단순히 행정만의 역할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 따라서, 행정, 전문가, 시민단체 등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업무를 분담하는 것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들고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 글의 목적은 시민 참여를 통해 도시숲을 조성한 미국, 일본, 영국의 시범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안산시 민선 6기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주민들이 주도하는 시민참여 도시숲 조성사업에 필요한 정책적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2. 시민참여를 통한 도시숲 조성 사례
2-1 미국의 Grand Rapids Urban Forest Project 미국 그랜드래피즈시에서는 Grand Rapids Urban Forest Project라는 제3섹터 조직과 협력을 맺고, 지역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여 더 크고 건강한 도시숲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 도시숲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나무를 심어 도시에서 숲이 차지하는 면적을 늘리는데 목적을 두고 가지치기부터 심기까지 전 과정을 직접 겪으며 지역사회 구성원들과의 유대감 및 자연이 주는 문화, 경제, 사회, 공공적 이점을 경험하도록 하였다.
주요 추진사업을 살펴보면, 우선 매년 도시 전역에 도시녹화사업의 일환으로서 후원과 보조금으로 지원된 수목 및 식물을 식재하여 보다 넓은 녹지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특히, 나무은행의 운영을 통해 갈 곳 없는 나무들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중요한 사업으로는 시민참여를 위한 교육을 들 수 있다.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보다 전문성을 갖고 접근할 수 있도록 봉사자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여 그랜드래피즈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고 지역사회에 자연보호 및 도시녹화에 대한 자발적인 참여를 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점차 실용적인 작물 및 웰빙에 대한 관심이 증폭됨에 따라 도시숲안에 여러 과수원 및 과실수를 심어 자원봉사자들과 일반시민이 직접 관리와 재배를 통해 도심속 녹지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도하고 있다.
2-2 일본의 아까메숲 보전 사업 미에현 나바라시는 오사카에서 전철로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이 소요되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하철의 발달로 베드타운으로 급성장한 도시이다. 1980년대 이후 도시화에 따른 주택단지 건설뿐만 아니라 다양한 토지개발 압력이 발생하였다. 1990년에는 현재의 “에코리조트 아까메의 숲”이 위치한 곳에 골프장 건설계획이 발표되었고, 이어서 동 지역내에 폐기물 처리공장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이러한 개발계획에 대해서 새롭게 이주해 온 주민들을 중심으로 골프장개발 반대운동을 전개하였다.
1996년 1월 21일 “아까메의 마을숲을 가꾸는 모임”의 발족준비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개발에 대한 반대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주민조직이 중심이 되어 본격적으로 개발반대운동이 전개되었다. 특히 거품경제의 붕괴에 따른 개발붐이 약화되고, 고베 대지진의 피해를 입은 고베시민들이 반대운동에 가세하면서 개발의 대안으로서 “에코리조트 아까메의 숲”이라고 하는 시민참여형 자연공원을 조성하도록 한 것이다.
이후 내셔널트러스트 방식에 의한 대상지의 일부 매입, 일본야조회 등 다른 환경보호단체와의 연계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관심을 모으는 방식으로 전개하였다. 그리고 다른 단체에서 실시하는 공모사업에 응모하여 사업재원을 확보하였다. 1996년 2월부터 1999년 4월까지 13개의 공모사업이 확정되었으며, 공모사업에 의한 재정부담 비율이 전체 예산의 79.3%를 차지하였다.
현재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사계절 자연관찰이나 국제야영캠프, 트러스트운동에 의한 토지매입, 도시에 거주하는 볼런티어들의 숲 굽기와 맹아갱신을 위한 벌채 등 새로운 개념의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산책로를 개설했으며, 지금도 꾸준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외 아까메 숲에서 나온 목재를 가지고 몇 가지 시설들이 만들어졌다. 산책로의 토사가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사설, 경사가 급한 산책로의 편책, 볼런티어들이 휴식할 수 있는 작은 통나무집, 톰소여의 오두막, 습지를 관찰할 수 있는 목책, 숯가마 통나무로 만든 전망대 등 누구나 참여하여 만들고 이용할 수 있는 시설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시설들은 전문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볼런티어들이 직접 제작한 것이다. 모든 시설들이 숲 생태계를 관리하는 것과 연계되어 이루어지고 있다.
2-3 영국의 Groundwork Trust 운영사례 그라운드워크 트러스트는 1980년 영국 정부에 의해 주도적으로 인큐베이팅 된 도시숲 거버넌스 조직이다. 그러나, 정부로부터의 최소한의 지원만 받으며. 국가-지역-지자체 단위의 재정적 협력시스템을 발전시켜 운영되고 있다.
정부, 민간, 자원봉사 조직의 파트너십을 기본으로 한다.
그라운드워크 트러스트는 단순히 도시숲을 조성 관리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하려는 형태로 접근하고 있다. 즉 지역환경개선을 통해 사회경제적인 차원, 기후변화대응 차원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청소년-환경, 실업-환경, 기후변화-자원봉사, 지역경제-환경을 연계하는 프로그램를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그라운드워크 트러스트가 성공한 요인으로는, 우선 지역사회와 개인의 참여에 대한 효과적인 인센티브 제도가 명확히 정착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도시숲을 통해 어떻게 지역 발전과 연계할 것인지에 대해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작성하여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재정을 투입하고, 기술 발전을 위해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3. 시민참여를 통한 도시숲 조성을 위한 제언
도시숲은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이지만 도시민들의 삶과 문화를 담는 그릇이라 할 수 있다. 즉 오늘날 도시숲은 자연을 제공함과 동시에 도시환경의 문화적 가치를 확대 재생산하는 문화발전소의 기능을 담당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도시숲의 관리는 도시숲의 일반관리(maintenance)를 넘어 운영과 경영(management)이라는 접근이 필요하며, 민∙관 파트너십을 통한 도시숲 운영과 경영을 수용하는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민참여에 의한 도시숲의 관리를 여러 지자체에서 시도하여 왔지만 생각보다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는 시민들이 스스로 녹지관리에 대한 주인의식이 결여된 상태에서 행정편의에 의한 인력 동원방식의 시민참여가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라 볼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낮은 수준의 참여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시민참여를 내세우며 이루어진 대부분의 도시숲 관리 사업이 1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 시민들이 도시숲을 관리하는데 필요한 기술이나 장비가 부족했으며, 무엇보다도 참여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었다는 문제도 제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시민들 개인적으로는 일상생활로 인하여 필요한 시간과 장소에서 참여하여 활동하기가 어려우며, 행정 수행자의 과중한 업무량부과에 따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할 수 있다.또한, 도시숲에서 시민참여의 영역은 도시숲 운영의 극히 일부분에 국한되어 있으며, 도시숲을 이용하는 시민 전체에 대한 적극적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청소년과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자연체험(해설) 프로그램에 국한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외의 사례를 살펴보면, 도시숲 운영관리에는 다양한 영역이 있으며, 시민참여의 수준도 지자체별로, 도시숲의 장소별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뉴욕의 대표적 공원인 센트럴파크는 시민참여로 전체 공원운영의 85%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데, 경찰업무 등 민간이 관여할 수 없는 업무를 제외하고는 모든 일이 시민참여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 도시숲의 시민참여 수준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환경이 중요한 지구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환경시대에는 도시환경의 악화에 대한 인식과 다양한 시민 중심의 트러스트 운동 등 여러 시민참여운동의 모델을 바탕으로 도시공원의 합리적인 이용과 보존의 문제, 오히려 적극적인 도시공원의 복원이 새로운 사회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비록 천성산, 새만금, 북한산순환도로 문제 등과 같이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발이 강행된 경우도 있지만, 최근 광주의 폐선부지 10km가 시민의 힘에 의해 전면 공원화되고, 고양시 고봉산이 주택공사의 훼손으로부터 보호되고, 청주 원흥과 방죽이 토지공사의 개발로부터 보호되는 등 도시숲과 시민의 관계에 커다란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즉 시민참여를 통해 공공의 가치가 증진되고, 공공은 도시공원에 대한 공익적 가치에 눈을 뜨고, 조성관리에 새로운 투자가 만들어지고, 시민은 참여를 통해 자아실현과 공동체 복원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한 사례로 최근 울산에서는 SK기업이 울산대공원을 조성하여 시민에게 기증하였고, 서울숲에서는 유한킴벌리 등 70여개 기업이 서울숲 조성과 운영관리를 담당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공원운영을 시민에게 위탁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김인호 외, 2011)
이와 같이 도시숲 관리의 패러다임은 과거 공공주도-민간참여와 민간위탁의 유형에서 민-관 파트너쉽 형태로 진행되는 유형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각 지자체에서도 향후 도시숲의 바람직한 관리방향으로 중앙정부와 지자체, 시민단체를 하나의 긴밀한 협력관계로 결합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의 필요성을 높게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바람직한 도시숲 관리를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효율적인 협력이 가능한 조직의 구성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