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진정한 유산(遺産)은…
우리나라 부모들의 자식사랑은 가히 눈물겨울 정도로 헌신적이다. 당장 먹고 살기 힘들어도, 자녀만큼은 어떻게든 잘 가르치고 잘 먹이려고 뼈가 으스러지도록 일하는 게 우리네 자식사랑이다.
특히, 교육문제는 더욱 그렇다. 본인이 많이 배우지 못한 게 한이 된다며 자신의 수입능력과 관계없이 연간 수천만원 이 들어가는 해외연수도 자식들에게 시키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오죽하면 해외에 채류 중인 자녀와 부인의 학비?생활비를 벌기 위해 쓸쓸히 국내에 남아 있는 남자를 가리켜 ‘기러기 아빠’ ‘독수리 아빠’ ‘펭귄아빠’라는 신조어가 생겨날까
알다시피 기러기 아빠는 일년 또는 이년에 한번정도 아이와 부인이 있는 해외로 다녀오는 사람을 뜻하며, 독수리 아빠는 보고 싶으면 아무 때나 비행기 타고 다녀오는 그런 아빠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아주 불쌍한 아빠도 있다.
즉, 펭귄아빠다. 부인과 자녀를 해외에 보내놓고 생활비와 학비만 보내주고 항공료가 없어 가보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애만 태우는 아빠다.
이쯤되면,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보다 나은 삶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부모들의 몸부림은 가히 ‘처절’이란 표현이 부족할 정도이다.
평생 모은 전 재산을 물려주는 자식사랑 또한 처절하긴 마찬가지다.
자녀를 대학교 대학원 그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치고, 그것도 모자라 집을 얻어 살림을 차려주는 등 평생 고생해서 한푼 두푼 모은 전 재산을 자녀들에게 쏟아 붓는다.
유럽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20세만 넘으면 용돈을 물론, 대학등록금조차도 스스로 벌어서 내도록 한다. 맹목적이고 무조건적인 우리네 자식사랑이 도리어 자식의 자립심을 막는, 폐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나눔’과 ‘환경’이 주요 이슈가 될 21세기에 진정한 자식사랑이 어떤 것일까?
앞으론 아이들에게 물려줄 유산이 있다면 사회에 기부하여 나눔의 행복을 실천해야하고, 유일하게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유산이 있다면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잘 가꿔 물려주는 것, 그것이 바로 21세기 진정한 자식사랑이 아닐까 싶다.
몇 년 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를 방문할 기회가 있어 가 본적이 있는데, 잘 아시겠지만 앙코르와트는 12세기에 완성된 사원으로 빼어난 건축미를 감상할 수 있는 세계적인 관광코스다. 그런데 그곳은 건축미보다 사원내에 보잘 것 없이 뿌리를 내린 나무가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수백년 전 사원내 한 나무가 자라기 시작하면서 그 나무의 뿌리로 인해 사원 건축물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듯이 보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 뿌리가 사원 건축물을 단단히 묶는 역할을 해줘 8백년이 지난 지금에도 건축물이 별다른 훼손없이 잘 보존되고 있는 것이다.
자식에게 베풀어야 할 자식사랑, 물려줘야 할 유산은 바로 이런게 아닐까 싶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것-앙코르와트의 나무뿌리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자식사랑으로 여겨진다.
이제부터라도 맹목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보다는 아름답고 깨끗한 놀이터를 만들어 주고 잘 보존해주는데 관심을 갖자. 재활용 분리수거, 탄소 잡아먹는 나무심기, 가까운 거리 걸어서 다니기 등등 실천가능한 것부터 시작해보도록 하자.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함을 보여준 앙코르와트의 나무뿌리가 되어보자.
<안산시 환경재단 에버그린21 본부장 이두철>